과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던, 시골 마을의 외딴집으로 이사를 온 로이 가족. 딸아이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가세가 기운 가족은, 새로운 환경에서 제2의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이사를 온 첫날부터 집안에서 이상한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로이 가족을 위험에 빠트린다. 집 안에 존재하고 있는 귀신들. 과거 이 집안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내막은 무엇일까?
대만 공포 영화계의 거물 팡 브라더스는 과대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방콕 데인저러스 디 아이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았지만, 그 후로 나온 몇 편의 공포 영화들은 창조력을 잃어버린 채, 자기 복제와 모방에 불과한 실망스러운 작품들의 연속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그들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준 디 아이의 속편과, 지루하기 짝이 없는 데다 개념 없는 장면 베끼기 사례를 보여준 귀역과 같은 공포 영화들을 보노라면 두 형제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다.
샘 레이미의 간택을 받아 할리우드로 진출, 선보인 공포 영화 메신저도 그와 다르지 않다. 개봉과 동시에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반짝 흥행 성공을 거두었지만,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장르 영화에 대해 팡 브라더스의 관심과 애정만이 어렴풋이 느껴질 뿐, 그 이상 어떠한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이제 메신저를 계기로 팡 브라더스의 이름을 뇌리에서 지워도 좋을 때가 된 것이다.
디 아이의 거대한 성공 후, 팡 브라더스는 안일한 자세로 공포 영화들을 생산했다. 굳이 생산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초기에 보여준 감각과 열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메신저를 보니 그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이야기의 시작은 영락없는 아미티빌 호러이다. 어디 이뿐인가? 귀신이 출몰하는 순간 영화는 디 아이 그루지가 합체한 모습을 하고, 집 밖으로 나가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가 된다.
늘 하는 얘기지만 공포 영화에서 새로움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가 작품에 대한 불타는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무개성하게 모방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방과 복제를 하더라도 자기만의 색깔과 스타일로 녹여내는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메신저는 그런 연출자의 '마음'과 '노력'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그들 스스로가 만들고 보고 즐기고 느낀 영화들을, 대충 끼어 맞춘 것이 바로 이 영화다. 그렇게 하면 관객들이 적당히 놀라지 않을까라는 헛된 망상이 만들어 낸 결과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 정말 궁금한 것은 메신저라는 제목의 의미와 집안을 돌아다니는 귀신들이 왜 그런 형상을 하고 천정과 천장과 벽, 지하실을 누비고 다니는지 그 배경에 관한 설명이다. 불행히도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설명들은 모두 빠져 있다. 귀신들이 로이 가족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위협을 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론 경고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확한 답은 없다. 귀신은 그저 깜짝 쇼크를 위해서 천장과 벽, 그리고 헛간에서 마구잡이로 튀어나온다. 새떼들의 공격도 허무하긴 매한가지다. 까마귀들의 위협과 공격은 기술적 성취도만 좋아졌지, 서스펜스가 없다.
더 나쁜 것은 중요한 순간이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소음에 가까운 음향 효과의 기능이다. 한두 번 정도 꽝~ 울리는 소리에 움찔 놀라기는 하지만 그건 무서워서라기보다는, 너무 시끄러워서 반응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건 거의 재난 수준으로 만든 충무로 공포 영화들과 비슷한 레벨로 짜증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도무지 리듬이란 게 없다. 오직 꽝 꽝 꽝~! 그것이 전부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도 영화에 몰입할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가족 구성원들의 갈등이 와닿아야 하는데, 각본도 그렇고 연기도 연출도 문제니 몰입이 될 수가 없다.
메신저는 의문투성이의 영화다. 뭔가 있을 것처럼 잔뜩 분위기를 잡고 나타난 부동산 중개업자는 왜 나온 것인가? 난데없이 반전처럼 나오는 극적 변화에서도 관객이 알아야 할 부분들이 생략이 된 것들이 너무 많다. 메신저에서 미덕을 찾는다면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최근 공포 영화들의 가지고 있는 총체적 문제인 '전혀 무섭지 않은 공포 영화' 그룹에 당당히 입성을 했다는 것이다. 팡 브라더스여~ 흥행과 할리우드 진출도 좋지만, 부디 공포 영화 팬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영화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도서리뷰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껌에 대한 이야기 - 깊이에의 강요 리뷰 (0) | 2023.02.15 |
---|---|
책 리뷰-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0) | 2023.02.15 |
댓글